들어가며
요새 대한민국은 개발자 부트캠프 열풍🔥입니다. 지금도 수십 개의 부트캠프들이 교육생들을 모집 중입니다. 개발자 부트캠프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 부트캠프를 등록합니다.
저는 멀티캠퍼스라는 곳에서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취업과정”이라는 부트캠프를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강사입니다. 개발자 부트캠프와 관련해서는 이런 저런 말들이 참 많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부트캠프에 등록하고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부트캠프에 가기 전에 이것만큼은 꼭 알았으면 하는 10가지를 모아봤습니다.
1. 프로그래밍 기초 문법을 알고 갈 것
과정마다 다르지만 개발자 부트캠프는 보통 5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진행합니다. 그 중에서 프로그래밍 기초에 할애된 시간은 짧으면 3일, 길면 2주입니다.
문제는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이 단순히 문법을 외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손에 익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번 코딩해보고, 버그도 내보고, 에러 메세지를 보면서 원인도 파악하고, 구글링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익혀야합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부트캠프에 처음가서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을 처음 배우면 문법 익히기에 바빠서 충분히 연습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진도를 따라가는게 벅찹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주로 사용하게될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초 문법 정도는 공부를 하시고 가는 겁니다. 웹 개발 과정이라면 html, css, javascript, 자바 Spring 과정이라면 Java, 데이터 분석이나 AI 과정이라면 파이썬 기본 문법을 공부하고 가시길 권합니다.
요새는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래밍 기초 강의들이 있습니다. 무료 강의이지만 훌륭한 퀄리티의 강의들이 많습니다. 기왕 부트캠프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시간을 투자해서 강의를 한번 들어보세요. 이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내가 코딩과 맞는지 안맞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부트캠프는 보통 강사 한명에 적게는 15명, 많게는 50명의 교육생들을 가르치게 됩니다. 당연히 학생마다 기존에 알고있는 지식과 배우는 속도가 다르겠죠? 강사는 보통 중위권에 위치한 교육생이 따라올 수 있는 수준으로 강의를 진행합니다.
자연스럽게 하위권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따라오는게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학생들을 따로 모아서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제 경우, 이런 학생들을 1:1로 따로 봐드렸습니다만, 그건 강사의 의무를 벗어납니다. 수업 시간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강의 내용이 이해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코드 따라치기만 하다가 수료해버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로 기를 쓰고 저 중위권 그룹에 속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겁니다. 오늘 공부한 내용은 반드시 복습하고, 내일 공부할 내용을 예습까지 하면 좋겠죠? 수업 시간에 배운 코드를 읽고 지나가는게 아니라 직접 써보고, 나만의 방식으로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면서 손에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3. 비전공자라고 다 똑같은 비전공자가 아니다.
부트캠프는 보통 비전공자의 비율이 90% 정도입니다. 방금 전에 중위권에 들어가는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어차피 “비전공자들이 모이는 건데 중간쯤은 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전공자라고 해서 다 똑같은 비전공자들이 아닙니다.
막상 부트캠프를 시작해보면 전공만 컴퓨터 공학과가 아니다 뿐이지 개발자가 되기에 상당히 적합한 배경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대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여러개 듣고 오시는 분, 전공만 컴공이 아니었지 개발자 생활을 하다가 오신 분, 전문직을 하시다가 때려치시고 오시는 분 등 코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거나 학습 능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꽤 계십니다.
만약 지금 코딩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신다면, 부트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예습을 충분히 하고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래야만 수업 내용을 잘따라가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막상 갔는데 나 빼고 다들 코딩할 줄 알고, 수업 내용은 하나도 못알아듣겠으면 너무 당혹스럽겠죠? 기왕 간거 확실히 단물 빼먹으려면 예습이 필요합니다.
4. 내 컴퓨터 사양을 꼭 확인해봐야 한다.
제어판을 열어서 내 컴퓨터의 사양을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요즘에는 워낙 노트북들이 잘나와서 대부분 코딩하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간혹가다가 도저히 개발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컴퓨터를 들고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들어 옛날 i3 CPU에 RAM 4G 정도 사양의 노트북을 사용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 경우, 개발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실행하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권장 사양은 i5 이상, RAM은 8G 이상입니다. 요즘에는 ASUS 같은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에서 100만원 아래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 부트캠프를 앞두고 계신분들은 장비를 구매하시는걸 고려해보세요.
시스템 사용량도 체크해봐야 합니다. CPU와 메모리 사용량을 확인해보세요. 특별한 작업을 돌리고 있지 않음에도 CPU 사용량과 메모리 사용량이 50%가 넘어간다면 현재 컴퓨터가 지나치게 많은 리소스를 사용하고 있는겁니다. 이 경우, 코딩할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꺼에요. 한번 장비 구매를 고려해보세요.
5. 개인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개인 공부도 병행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부트캠프들은 취업용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프레임워크 사용법과 서비스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료구조나 알고르즘, 운영체제 같은 과목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과목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틈틈히 개인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해줘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한문제씩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겁니다. 알고리즘 문제를 연습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코딩이 익숙해졌다면 본인이 주로 쓰는 언어로 하루에 한문제씩 문제를 풀어주면 됩니다. 스택이나 큐처럼 내가 잘 모르는 자료구조를 써야하는 문제라면 자료구조에 대한 공부도 같이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6. 기록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 프로젝트 결과물들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주세요. 개인 노션에 적으셔도 괜찮고, 가장 좋은건 블로그 포스팅으로 남기는 겁니다. 블로그를 쓰게 되면 독자를 산정하고 글을 쓰게 됩니다. 덕분에 더 자세하고 읽기 쉬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기록을 남기면 당연히 내가 배운 내용을 한번 더 글로 정리하면서 완벽히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 취업 준비할 때에도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또한 개발자는 생각보다 문서를 쓸 일이 많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건 개발자에게 유용한 스킬입니다. velog 같은 블로깅 플랫폼을 이용해서 나만의 기술 블로그를 시작해보세요.
7. 운동을 해야한다! 체력은 필수!
부트캠프는 체력전입니다. 5개월에서 6개월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을 배워야합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해서 개발자로 취업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쌩쌩한 체력과 열정을 가지고 오십니다만,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소진됩니다. 그러다가 막바지에 들어서는 체력이 다 떨어져서 제발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운동이 필요합니다! 달리셔도 좋고, 헬스장을 가도 좋습니다. 부트캠프도 체력전입니다. 체력을 잘 유지해야 제일 중요한 파이널 프로젝트를 잘할 수 있고, 퀄리티가 높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8.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간혹 가다가 일을 병행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가령 수업을 듣고나서 저녁 시간대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던가, 주말 알바를 뛰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부트캠프를 들으면서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새로운 지식을 머릿 속에 넣으면 진이 다 빠집니다. 그리고 그날 배운 것들을 직접 코딩해보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프로젝트 기간에는 개발하느라 꼬박 밤을 새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트캠프 시작전에 미리 너무 무리한 스케쥴을 짜버리면 금세 한계에 부딫힐 겁니다. 오늘 배운 내용이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아르바이트를 가야하고, 갔다오면 너무 피곤해서 자야하고, 자고나면 다음 수업이 시작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일을 병행한다는 것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9. 예산을 잘 짜야한다.
무료 국비 지원 부트캠프를 듣는다 하더라도 예산을 잘짜야합니다. 부트캠프를 듣는 동안의 식비와 월세 등을 생각해야합니다. 그리고 부트캠프가 끝나고 칼처럼 취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구직 기간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선 구직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딱 6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예산을 가지고 무턱대고 부트캠프를 시작한다면 부트캠프 수료가 가까워질 수록 마음이 조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죠. 취업을 할 때에도 통장 잔고에 쫓기다 보니까 여러 회사들을 비교해보지 못하고 붙은 곳 아무데나 얼른 다니게 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부트캠프 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서너달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예산을 마련하고 시작하는 겁니다. 충분히 부트캠프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서 면접도 보고, 마음에 드는 회사를 선택해서 가려면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합니다.
10. 부트캠프 수료가 공부의 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얘기는 부트캠프의 수료가 공부의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면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회사에서 쓰는 기술스택들이라던가 클린 코드, 협업 방식, 장애 대응, 문서화 등등 코딩 뿐만 아니라 배울 것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부트캠프에서 깊이있게 배우지 못했던 CS 기본기도 틈틈히 채워넣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또 공부를 해야합니다.
만약 몇달 바짝 공부하고나면 평생 공부할 일 없겠지? 라고 생각하셨다면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개발자 생활을 하면서 많이 힘드실 수 있습니다. 개발자는 평생 공부를 해야하는 직업입니다.
부트캠프가 공부의 끝인줄 아셨다구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넓고, 개발자 말고도 직업은 많으니까요 😄
그래도 해야겠다면…?
저는 여러분들의 결심을 응원합니다. 몇달이라는 기간 동안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하고, 새로운 직업을 갖겠다는 결심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수료하고 나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되실 겁니다. 그럼에도 과감히 도전하는 건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라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말못할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이메일로 연락 주시면 고민 상담 정도 가능합니다. (무료에요! ㅎㅎ) 주변에 부트캠프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포스팅과 영상을 널리널리 공유해주세요!
퍼펭스쿨 김형준: hyeongjun.kim@firstpenguine.school
'개발자 커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발자 포트폴리오 작성법 [0] 무엇을 팔 것인가, 누구에게 팔 것인가 (1) | 2021.04.19 |
---|